-

고향(이라고 여기는 곳)의 바다였다. 바람이 너무 거칠었지만 작정하고 이 바다를 보러 올 날이 이 날뿐이었다. 용케도 날아오른 갈매기들이 공중에서 몸을 겨우 가누면서 새우깡을 받아먹었다. 나무 난간들과 저 갈매기들이 없었을 때, 방조제에 가로막힌 바다는 네모났고 황량했다. 하늘마저 우중충하던 어떤 날 아버지와 이리저리 다니다가 이 바다까지 왔었다. 아버지께서는 나만은 어떻게든 펜대를 놀려서 (이미 몇 번 이사온 뒤에 눌러앉은) 고향을 떠나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때의 나이보다 갑절을 넘게 살고서 다시 이 바다를 보는데, 저 사람들이 갈매기를 보는것인지 갈매기가 저 사람들을 보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쓰기 > 안 죽는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1시간 전  (0) 2017.03.10
꿈. 흐릿하며 생생한.  (0) 2017.03.10
찍을 수도 있지.  (0) 2016.04.23
도주  (0) 2016.04.04
아재전시회를 한다고 들었다  (0) 2016.03.17

다른 카테고리의 글 목록

쓰기/안 죽는 삶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