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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사진 이야기만 하면 자꾸 사진동아리에 환멸 느낀 이야기밖에 안 해서 참담한데,......"

: "열정있는 몇명만 데려가면 됨. 한 명이라도 ㅎㅎ"

- "아뇨. 동아리에서 데려갈 생각을 지운 거죠".

: "ㅋㅋㅋㅋ 제가 동아리를 안좋하는 이유는 그거죠"

- "신입 제하면 정모에 열 명도 얼굴 내밀지 않던 동아리, 회장이 연임하는 걸 볼 수 없어서 맡았죠.

   그리고 어떻게든 연명시키고 나서, 결국 군대를 갔죠. 그새 성비도 좋아지고 분위기도 좋아져서 벌떼같이 몰려와요"

- "벌크가 좋아졌죠. 그래서, 말 통하는 운영진들 붙잡고 몇 번이나 그랬죠. 여기가 지금처럼 사람들 넘쳐흐르고

   동아리비를 주체를 못 해서 깎아주기까지 하는, 언제까지고 그런 젖과 꿀이 흐르는 동아리일 거 같냐?

   이제 등 따습고 배가 부르니, 은연중에, 이제는 사진을 할 사람을 위주로 하자, 제발 몇 명이라도,
   술집 노래방 좋지만 그래도 가끔은 앗제, 브레송, 사진집이라도, 가끔은 전시회라도 가서 사진을 봐라.
   개나소나 DSLR 잡고 찍을 줄 아는데 너희들이 사진동아리라서 내세울 게 대체 뭐냐. 뭘 믿고 이리 태평하냐,
   실력 좋은 친구들이 굳이 동아리에 올 생각을 안 하는 데서 문제의식이 안 생기느냐,"

: "사실 그렇게 얘기해도 안들음"

- "네. 이 짓거리 더는 못합니다. 우스워서"

- "저거 관철시키고 싶어서 군대 있을 때부터 여러 가지 사서 보긴 했습니다.

   허세가 더해져가지고, [밝은 방]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같은 거 사 놓고, 공대생이 저런 거 본다고 알아먹나요?

   이해가 안 되니 당연히 멘붕하고, 옆에 둘 스승이 없어서 서러웠죠. 물론 내가 이랬다고 똑같이 하라는 건 아니에요."

  "어쨌거나, 우리 애들이라면 이해는 해 줄거라 생각한 게 잘못이었죠. 단 하나 의문이 있어요.

   공대에서 밴드하다가 음반도 내는 그런 사람들은 존경한다면서 왜 자기들이 하는 좋은 취미,

   시각예술, 좋은 기계 들고서도 왜 너희들은 '나도 멋진 거 할 수 있다'는 생각 못 하는 건지."

  "그래 여기서 이럴 거면 어디 사진학과로 꺼져라, 뭐 뚫린 입이니 그렇게 말할 수는 있죠. 근데, 그 따위로 말할 거면 말입니다,

   우리 학교 나와서 하라는 연구는 안 하고 음악하는 사람들에게도 너희는 애초에 실용음악과를 갔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죠.
   모 밴드한테도 장학금 뱉어내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 "근데 사실 취미로 하는데 그렇게 거창하게 해야하는지도 솔직히 의문이에요.

   즐기면 되는 거죠. 프로도 아닌데."

- "사진동아리에 와서 사진을 말년병장 작업하듯이 찍는 애들이 공대에서 밴드하다가 데뷔한 음악인들은 찬양해요.

    단지 그게 이해가 안 갔어요. 아, 물론 이젠 못해요. 다만, 여기 성비는 날로 남탕이 되어 가고 있는데,

    돌고 돌아요. 몇 년 안 있어서 또다시 쪼그라들지도 몰라요. 그 때도 누군가는 회장감투를 쓰고 있어야 해.

    그 회장에게도 술자리가 있고 카운터에서 술값치르면서 '우리 땐 여자 많았는데' 라며 히히덕거릴 선배들이 있겠지.

    난, 언젠가는 생겨날, 그 초라한 회장이 너무 불쌍해."

- "아, 동아리 이야기만 나오면 진지빠는 것도 정신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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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있는 건 한계가 명확하고, 행동으로 보여주기에는 내가 역량이 없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겠지.

혼자 지독하게 오해한다 하겠지? 맞아. 오해. 다만 너희끼린 진심이란 게 완전히 전달되는 거라 생각한다면, 아냐.


나는 너희가 '내가 원하는 대로' 달라질 것이라 더 이상 기대하지 않고, 더 이상 그게 옳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지.

그렇다고 너희는 글러먹었다고 말하려는 건 아냐. 나는 분명 바랄 수 없는 걸 바랐고 기대할 수 없는 걸 기대했지.

해서 우리들 중에서 대체 누가 나를 헤아려 주었는지. 나는 어쩌면 그렇게 우직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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