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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자주 꾸었다. 주로 교실과 강의실의 꿈들이었다. 반쯤은 내가 더 이상 그런 장소의 사람이 아닌 줄 알면서도, 깨어나고 나서 생각하면 말이 되지 않는 이유들을 만들어 내면서 그 설정들을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행동한다. 가끔은 두세 번 같은 장소에 있기도 한다. 언젠가 두어 번은 중학교에 있었는데, 짝꿍이 이뻤다는 기억만 남았다. 어떤 얼굴이었는지 기억해 둬야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을 하자, 그 교실은 더 이상 꿈에 나오지 않았다.


어제는 악몽을 꾸었다. 강의실과 행정실의 꿈이었는데, 소스라치게 놀라 깨어나는 종류는 아니었다. 짧지 않은 기간에 걸쳐 천천히 나락까지 가라앉는 종류의 몰락에서 한두 번쯤 나타나는 다급한 순간들, 급하게 치고 받는 순간들에 던저져 있었다. 반쯤 남아 있는 맨정신은 이 상황은 꿈일 것이라고 하는데, 다른 정신은 꿈에 빠져 있는 이 상황이 맞다고, 왜 이제서야 깨달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철저히 실패한 상황이 맞으며 그간 쌓아올린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지고, 다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는 감정. 그렇게 낯설지 않았다. 그래서 도저히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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