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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에서 스크롤 내리다가 흔한 배너광고를 보았다. 뻔한 문구에 그냥 스크롤 내려가면 지나갈 사진강좌 배너광고, 그럼 아무 카메라나 집어넣지, 공들일 것 없다는 것쯤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그 카메라의 기종을 기억하고, 어떤 내력이 있는지 기억하고, 그걸 즉시 떠올리는 것이 더욱 당황스러웠다.

이야기는 썰렁하다. 결국 그 사진기를 갖지 못했고, 어느새 그 기종을 굳이 찾을 이유가 없을 정도로 시절이 변해 있었다. 그게 전부였다. 필름 시대에야 시절이 느리게 변했고, 때문에 2~3년 지나고 나서도 낡은 기종을 살 가치가 여전했다고들 말한다만, 나는 그 시대를 겪지 않아 모른다. 하지만, 디지털이란 건 카메라에 '현상실'이 달라붙어 버린 고약한 것들이고, 어떤 회사도 그 '현상실'을 바꿔주지 않는걸. 그리고 남는 건 사진이지 기계가 아니라는 것쯤은 진작에 아는걸. 때문에 디지털에 '워너비'라 한다면, 기계가 갖고 싶은 건지, 화질에 욕심이 난 건지, 둘이 섞여 있는지, 어지러워하다가 지갑에 따라서, 혹은 지름신에 따라서 다른 것을 지를 뿐이라는 것쯤, 이것은 겪어서 안다.

라이카 M3이나 니콘 FM2 같은 전설적인 '명기' 내지는 쇳덩어리는 이제 없다. 디지털 카메라는 그렇지 않다. 수십 년을 버틸 만큼 튼튼한 기계라고 해 봤자 시대에 뒤처져 낡을 것이 예정된 '현상실'에 딸려온 부속물, 겉옷, 포장지일 뿐이다. 카메라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것을 우리보다 좀 더 빨리 알았다. 그래서, 그들은 이제 더는 수십 년을 버틸 기계를 만들지 않는다. 어차피, 10년만 지나도 그 기계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게 될 테니까. 그래서 화질적으로 낡았어도 기계가 좋아서 더 버텨내는 사람들이 있다가도, 결국은 퇴물이 된다. 다만 다른 물건들보다 좀 더 오래 버티는 것들이 있을 뿐이지, 어차피 필름 한 박스만큼이나 단명하는 것들. 그리고 나는 그런 기억들을 가지고 되새기며 이불이나 걷어찬다. 저 기계를 꿈꿀 시절에, 조금만 다른 곳에도 더 충실했었으면 하고. 그랬으면, 바라던 대로 저 물건을 쥐고 사람을 겨눴었다면, 얼마나 다른 이야기가 되었을지 망상하면서. 사람과 기계란, 기계는 그렇게 변하고, 낡아서 새 것으로 바뀔지언정 사람이 헛된 애정을 불어넣는 것은 변하지 않으므로, 언제까지나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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