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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닥거리가 있으면 그 주인공이 되려고 애썼던 적이 있었다. 어느새 옛날이다.

먼저 '졸업은 새 시작'을 한 후배들이 산더미같다. 그들을 선배로 모시는 게 익숙해졌다.


이런 푸닥거리를 싫어하게 되었다. 이유 하나. 졸업가운과 학사모에 어떤 트라우마가 있다. 남들이 들으면 비웃기 딱 좋을 것들로만 가득가득. 하지만 아직 몸서리쳐지는 것들이다. 이유 둘. 작년에 선배들 졸업을 찍어주러 갔을 땐, 여름에 졸업해서 반 년간 석사과정을 했던 사람이 학사 졸업식을 겨울에 올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식을 올려 주려면, 졸업을 축하하려면 의미가 있어야 하는데, 반 년 동안 김을 뺐다. 학교에 남은 사람이야 그렇다 치고, 학교를 벗어난 사람들에겐 졸업식도 사치인가. 스스로를 하찮게 만든 행사 운영이 아닌가. 다만 학교 여러 군데에 현수막을 걸러 다니던 인부들이 꽁꽁 싸맨 손발, 학교 곳곳에 먼저 들어와 있는 꽃장사들, 아마도 어슬렁거리며 부지런히 낚시질을 할 사진가들, 곳곳에 쳐진 금줄과 강렬한 색깔의 러버콘들,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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