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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영화와 '그녀'의 사진집을 보고 나면 글을 수정하게 될지, 그대로 놔두게 될지]


어쩌면 다들 간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혼자 사진을 찍어서 어디에도 올린 적이 없어도

셔터를 누르자마자 LCD에 프리뷰가 뜨는 것이 당연하고,

따라서 자기 사진을 한 번이라도 확인하지 못하는 것이 더욱 이상한

그런 시대에 너무 익숙해졌다. 마이어의 시대는 절대 그렇지 않았다.


수십년간 빛을 보지 못한 현상하지 않은 십수만 장의 필름들이었다.

SD카드를 스쳤다가 버튼 한 번에 사라지는 수천 GB의 jpg와 같은가, 다른가?

그녀는 그 필름들을 카메라에 넣었다 뺀 이후로 다시는 보지 못했지만

필름들은 주인보다 오래 살아서 그녀는 카메라였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셔터를 누르는 기술과 방아쇠를 당기는 기술은 일맥상통하는데,

그렇다면 그녀는 trigger high인가, 혹은 지금의 사람들이 주장하는 대로

관광지에서 봉을 휘두르는 후세의 마음을 겨눈 사진의 신선인가?


'독자적인 예술세계'는 관람자 - 자신을 포함한 - 가 있어야 가능한가?

그렇지 않아도 되는가? 남들에게 보여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마저도 평생 보지 못한 사진들로 유명해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혼란스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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