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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고스피어에 속하게 되면 새로운 사람을 찾기도 하고

이미 아는 사람끼리 긴밀하게 지내기도 한다.

실없이 만나서는 살갑게 서로 댓글을 달게 된 블로거들이 있었다.

군에 갔다니까 면회를 오는 블로거도 있었다.


키보드로 얼리어댑터를 흉내내던 늦은어댑터는, 개구리를 입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서야

그 사람들과 얽히는 게 의외로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쯤에 다시 이해했을지도 모르겠다. 미니홈피에, 블로그에,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기 일상을,

자기 심정을 거리낌없이 글로 풀어놓던 사람들을. 그래, 한때는 나도 그랬었다.

처음 미니홈피를 하던 시절에 그랬다가 중2중2함이 들통나고 장난질의 타겟이 되어서

손발리 오그라지면서 게시판을 폭파하기도 했고 친구를 끊기도 했다. 그랬었다.



거리낌없이 풀어놓는다고 하더라도 반쯤은 자신을 가리고 있었다. 아니,

그런 이야기를 그런 게시판에 풀어놓는 데에 딱히 신상명세가 필요하지는 않겠다.

그런 블로거들은 서로의 얼굴을 궁금해하지 않았고 서로의 이름을 묻지 않았으며

구태여 이야기가 진실되었는지조차 묻지 않았다.



얼음집을 접고 제대하면 새로운 블로그를 펼치리라 생각했던 때였다.

얼음집에는 시시콜콜한 군생활 잡담을 올리고 있었고, 그 즈음해서

언젠가는 얼굴을 보고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던 두 H가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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